응선사 서울 종로구 부암동 절,사찰

비가 살짝 내린 오후, 부암동 골목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응선사에 도착했습니다. 좁은 도로를 따라 오르니 젖은 흙냄새와 솔잎 향이 함께 퍼졌습니다. 평소보다 공기가 차분하게 느껴졌고, 사찰 입구의 붉은 대문이 흐린 날씨 속에서도 또렷했습니다. 평일 오후라 사람은 거의 없었고, 들리는 것은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뿐이었습니다. 마음속이 복잡할 때 조용히 머무를 곳을 찾다가 들르게 된 곳이라 그런지, 문을 들어서는 순간 숨이 자연스럽게 길어졌습니다. 작지만 단정한 사찰이라는 첫인상이 오래 남았습니다.

 

 

 

 

1. 부암동 끝자락, 산자락에 자리한 길

 

응선사는 부암동 주민센터 근처에서 언덕길을 따라 5분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골목길이 가파르지만 표지석이 중간중간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습니다. 대중교통으로는 1020번 버스를 타고 ‘부암동주민센터’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편리합니다. 자가용 이용 시 사찰 앞 도로에 잠시 정차는 가능하지만 주차 공간은 협소했습니다. 길을 오르는 동안 오른쪽으로 인왕산 능선이 펼쳐져 있는데, 비 온 뒤라 구름이 걸린 산자락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시와 산의 경계가 맞닿은 곳이라는 점이 응선사의 특별함이었습니다.

 

 

2. 나무 향기와 빗소리가 어우러진 대웅전

 

대웅전에 들어서면 은은한 향 냄새와 젖은 나무 냄새가 함께 느껴집니다. 천장이 낮은 편이라 공간이 아늑하게 느껴지고, 불상 앞의 촛불이 비에 젖은 창문을 통해 반짝였습니다. 스님 한 분이 차를 준비하고 계셨는데, 인사를 드리니 미소로 맞아주셨습니다. 법당 안에는 붉은 방석 몇 장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창가 쪽에는 작은 목탁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습니다. 외부의 빗소리가 자연스럽게 울려 퍼져 기도 소리와 섞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소리가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3. 작지만 손길이 느껴지는 공간들

 

응선사는 크지 않지만 구석구석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입구 오른쪽에는 작게 꾸며진 연못이 있는데, 빗방울이 닿을 때마다 동그란 물결이 퍼졌습니다. 돌계단 주변에는 산수국이 아직 남아 있었고, 마당 한편에는 기와지붕 아래 작은 명패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방명록이 비치된 테이블에는 손글씨 안내문이 놓여 있었는데, 방문객에게 조용히 머무르라는 문구가 인상 깊었습니다. 불전함 옆에는 향초 대신 향주머니가 놓여 있어, 은은한 향이 오래 남았습니다. 인위적인 장식이 없어서 더욱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4. 사찰 안 쉼터와 고요한 풍경

 

대웅전 옆에는 작은 차실이 있습니다. 문턱이 낮고, 나무 의자 몇 개와 다관 세트가 놓여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따뜻한 보이차를 권해주셔 잠시 머물렀습니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단순했지만, 흐르는 빗물과 나뭇가지의 움직임만으로 충분히 평화로웠습니다. 창문 아래에는 ‘마음도 쉬어가십시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향기로운 차 향과 함께 들리는 물소리 덕분에 시간의 흐름을 잊을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잠시 머물러 책을 읽거나, 묵상하기에도 좋은 자리였습니다.

 

 

5. 사찰 주변의 소소한 동선

 

응선사에서 내려오면 바로 인왕산 자락길과 연결됩니다. 비가 그친 후라 길이 촉촉했지만, 나무 사이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조금 더 걸으면 부암동 카페거리로 이어지는데, ‘클럽에스프레소’나 ‘산모퉁이 카페’처럼 오래된 공간이 많습니다. 커피 한 잔 하며 천천히 비구름이 걷히는 인왕산을 바라보면, 사찰에서 이어진 고요함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인근에는 윤동주문학관도 있어 함께 들러보면 하루 일정이 차분하게 마무리됩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응선사는 관광지보다 수행 공간에 가깝기 때문에 조용히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당 내부에서는 소리를 낮추고, 향이 강하니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짧게 머무르는 것이 좋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돌계단이 미끄러우니 운동화나 미끄럼 방지 신발을 신는 편이 안전했습니다. 평일 오전에는 비교적 한적하며, 주말에는 근처 산책객이 종종 들릅니다. 사찰 안에서는 음식물 섭취가 금지되어 있으니 차를 마시려면 차실을 이용하면 됩니다. 외부에서 오는 길이 좁아 차보다는 도보 이동이 훨씬 수월했습니다.

 

 

마무리

 

응선사는 규모보다 마음의 여백을 남기는 곳이었습니다. 빗소리, 향기, 나무의 결—all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리되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공간이 주는 울림이 분명했습니다. 다음에는 맑은 날 오전에 다시 찾아 햇살이 스며드는 법당의 풍경을 보고 싶습니다. 부암동이라는 도심 속에서도 이렇게 고요한 사찰이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날의 습한 공기와 차 향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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