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사지당간지주에서 마주한 봄빛 고요와 천년 돌기둥의 위엄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던 봄 오후, 익산 금마면의 평야 한가운데로 향했습니다. 멀리서 두 개의 웅장한 돌기둥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곳이 바로 미륵사지당간지주였습니다. 탑터와 대형 석탑으로 유명한 미륵사지 경내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였지만, 주변의 고요함이 오히려 이 구조물의 존재감을 더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돌기둥 사이로 낮은 울림이 퍼졌고, 그 사이를 스치는 공기의 흐름이 마치 오래된 시간의 숨결처럼 느껴졌습니다. 단단한 돌에 새겨진 세월의 결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습니다.
1. 금마면 들판 속 고요한 위치
미륵사지당간지주는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미륵사지 서쪽 입구에서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으로 ‘미륵사지당간지주’를 검색하면 정확히 표시되며, 인근 미륵사지 주차장을 이용하면 접근이 편리합니다. 넓은 들판을 배경으로 돌기둥 두 개가 위엄 있게 서 있는 모습이 멀리서도 눈에 띕니다. 길은 평탄하며, 봄에는 유채꽃과 잡초가 어우러져 길가 풍경이 한층 생동감 있습니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조용히 감상하기 좋았고, 주변에는 미륵사지석탑과 금동여래삼존상 출토지 안내판도 함께 설치되어 있어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탁 트인 평야 위의 당간지주는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었습니다.
2. 석재의 질감과 구조의 아름다움
당간지주는 절의 입구나 중심에 세워 깃발을 걸던 구조물로, 미륵사지당간지주는 그 중에서도 규모와 보존 상태가 우수한 예로 꼽힙니다. 두 기둥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졌으며, 높이는 약 3.9미터에 달합니다. 위쪽이 약간 좁아지는 형태로 세워져 있어 안정감이 느껴졌습니다. 표면은 세월의 풍화로 매끄럽게 닳았지만, 모서리의 각은 여전히 뚜렷했습니다. 두 기둥 사이의 간격은 약 1미터 남짓이며, 그 위에 가로대를 끼웠던 홈이 선명히 남아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돌의 표면에서 미세한 빛 반사가 일어나, 마치 오래된 조각품을 보는 듯했습니다. 간결하지만 세련된 조형미가 돋보였습니다.
3. 사찰의 상징이자 신앙의 흔적
미륵사지당간지주는 백제 무왕 시대에 건립된 미륵사 사찰의 구성 요소로, 불교의 중심 정신을 상징하는 구조물이었습니다. 절의 입구에 세워진 이 돌기둥에는 부처의 가르침을 전파한다는 의미로 ‘당(幢)’이라 불리는 깃발이 걸려 있었습니다. 지금은 기둥만 남았지만, 그 아래에는 기단석과 주변 기초석의 일부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이 구조를 통해 당시 백제 석공 기술의 정밀함과 종교적 상징성을 함께 엿볼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석탑이나 금당보다 소박하지만, 절의 중심 축선 위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어 신앙의 출발점처럼 느껴졌습니다. 단 두 개의 돌기둥이 수백 년의 신앙을 품고 서 있는 듯했습니다.
4. 주변 경관과 함께하는 고요한 조화
당간지주 주변은 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어 시야가 탁 트여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미륵사지석탑이 함께 어우러져, 백제 불교문화의 중심지였던 옛 절터의 위용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돌기둥 사이로 낮은 바람소리가 지나가며, 그 울림이 들판 너머로 퍼졌습니다. 주변에는 낮은 돌담과 안내 표지판이 단정히 놓여 있고, 잡초가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봄철에는 연초록 들풀이 기둥 주변을 감싸고, 가을에는 황금빛 들판이 펼쳐져 돌의 질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해질 무렵에는 석탑 방향으로 붉은 빛이 비쳐, 두 돌기둥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보기 좋은 익산의 역사 코스
미륵사지당간지주를 방문했다면, 인근의 ‘미륵사지석탑’과 ‘국립익산박물관’을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세 곳이 도보로 연결되어 있어 백제 불교문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에서는 미륵사지 출토 유물과 불교미술을 전시하고 있으며, 석불좌상 복원 과정도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점심은 금마면 중심의 ‘서동한우식당’에서 한우 불고기를 추천합니다. 이후 ‘왕궁리오층석탑’이나 ‘익산 쌍릉’으로 이동하면 백제의 또 다른 건축유산을 이어서 탐방할 수 있습니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조용한 자연이 어우러진 익산만의 하루 코스로 적합했습니다.
6. 방문 팁과 유의사항
미륵사지당간지주는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다만 주변에 그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모자와 물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가 온 뒤에는 잔디가 미끄러워 조심해야 하며, 석조물에는 직접 손을 대지 않아야 합니다. 오전 10시 이전이나 해 질 무렵 방문하면 부드러운 빛이 돌 표면을 감싸며 사진이 아름답게 나왔습니다. 조용히 걸으며 기둥의 비례와 그늘의 방향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하나에도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마무리
미륵사지당간지주는 단 두 개의 돌기둥이지만, 그 안에 천년의 역사를 품고 서 있습니다. 화려한 장식 없이도 그 자체로 완벽한 균형과 절제를 보여주었습니다. 세월의 풍화 속에서도 단단히 자리를 지킨 모습에서 백제 장인의 정성과 신앙의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주변의 들판과 하늘, 바람이 함께 어우러져 시간마저 멈춘 듯한 고요함이 있었습니다. 다시 찾는다면 봄의 아침, 안개가 걷히며 햇살이 돌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순간을 보고 싶습니다. 익산의 역사와 정신이 여전히 숨 쉬는, 단아하고 품격 있는 문화유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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